
최 씨는 1952년 켈로대원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해 서울 천도교 대강당에서 진중 합동결혼식을 추진했는데, 당시 결혼한 남자 대원 12명 중 7명이 켈로 여자 대원과 짝을 지었다고 한다.
이중 가장 기억이 남는 켈로대원 부부는 남자 요원 J와 여성 요원 Y 부부였다. 1952년 가을까지 여러 차례 침투공작임무를 성공시킨 여전사 Y는 12명의 신부들이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일렬로 섰을 때 가운데에 자리했는데 눈에 필 정도의 미모였다. 휴전 이후 결혼한 대부분의 대원들로부터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인천에 신혼살림을 차린 J와 Y로부터는 임신했다는 소식 이후로 연락이 끊겼다. 수소문 끝에 최 씨가 만난 J 대원은 그동안의 고통스런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아내가 임신해 배가 부르자 모두 기뻐했다. 그러나 해산 날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다. 태어난 아기는 피부가 새까만 흑인 아이였다. 술로 날을 새우자 아내가 1952년 가을 공작활동 중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아내는 적진침투공작활동을 마치고 귀환하는데 혼자 미군 지역을 통과해야 했다. 전방 초소를 지키고 있던 흑인 병사가 주는 술을 마셨는데 바로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일어나보니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남편 J에게 아무런 하소연도 하지 않았던 부인 Y는 어느날 남편이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 와 보니 아기를 데리고 어디론가 나가버리고 없었다.

그 후 Y의 소식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한다. 전쟁이 빚어낸 여성 첩보원의 슬픈 이야기이다.
켈로부대 고트 대장 출신 최규봉 씨의 증언